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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최악의 금융 스캔들 속에서 국가적 비극을 막으려는 이들의 숨 가쁜 사투와 첨예한 신념의 대립을 그린 드라마
◈채이헌 (40대)
◈금융위 금융정책국 과장
대한민국 최고 경제학자 채병학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는 자랑이 아닌 부끄러움이었다. 시장주의 경제학을 표방하던 아버지 채병학이, 사실은 역대 정권마다 연을 맺으며, 그들이 원하는 경제 이론을 만들어 성실히 봉사해왔다는 사실을 알면서였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 재정경제부에서 사무관 생활을 시작했다가 재정경제부가 기획재정부로 개편이 될 당시 금융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위원회 글로벌 금융과 근무 시절,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이 취약한 원인을 본격적으로 연구했고, 그래서 내린 결론은, 월가를 기반으로 하는 투기 자본과 그 투기 자본의 로비를 받아 철저히 그들의 이익을 실행하는 미 의회의 일부, 미 재무부의 일부. 그들이 움직이는 IMF, WB 등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정인은행 문제에 주목하게 된 것은 이런 상황에서였다. 시장의 질서에 의해서 판단해 본다면, 벌써 파산했어야 할 은행. 그러나 은행이 파산하면, 쓰나미처럼 밀려올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충격. 결국 채이헌이 선택한 방식은 매각이었다. 매각으로 일단 정부의 부담을 덜어낸 다음, 혹독한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방식.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의 국정 감사가 시작된다. 국회의원들은, 정략적 입장에 따라, 정인은행 해법을 놓고 금융위원장을 밀어 붙인다. 그 과정에서 제기된 질문. “정인은행을 팔아야 하는가?” 정부에서 원하는 답은 “NO”. 그런데 채이헌은 평소 소신을 말해버린다. “Yes”
채이헌이 답한 “Yes”는 단순한 “Yes”가 아니었다.
금융위원장의 목을 날리는 “Yes”였고,
국민들 앞에서 정부의 무능을 인정하는 “Yes”였고,
주식시장에 쓰나미를 몰고 올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Yes”였다.
◈이혜준 (20대)
◈기획재정부 사무관
1998년 어느 싸늘했던 봄날.
주거래 은행의 앞마당에 주저앉아 통곡하던 아버지 이석찬과, 그 이석찬을 보며 차갑게 웃던 월가에서 날아온 섀넌의 눈빛과, 함께 낄낄거리던 우리나라 은행 관계자의 모습. 그것은 일곱 살 이혜준의 머릿속에 각인된 외환위기의 모습이다.
대한민국은 외환위기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던 월드컵의 2002년. 외환위기 때 무너진 아버지 이석찬은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 채, 결국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후 고모 집에서 성장한 이혜준은 너무 일찍,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 불공평에서 탈출하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했고,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사무관이라는 눈부신 기적을 이뤄낸다.
적어도 세상이 자신에게 적용했던 불공평을 떨쳐냈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기획재정부 사무관 생활. 그런데 그것은 또 다른 차별과 불공평의 시작이었다. 지방대 출신이어서, 흙수저이어서, 여성이어서.
이혜준은 피하지 않았고, 이 모든 것을 정면돌파한다. 그러던 중, 예기치 않은 사건에 직면한다. 정인은행을 월가의 한 사모펀드에 넘길 목적으로 조작된 BIS 비율. 그 실체를 밝혀줄 결정적 문건을 입수한 것이다. 이혜준에게 다시금 떠오르는 1998년의 그 시린 골목과 차가운 길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던 아버지와 싸늘히 보던 월가 출신 그 여자의 눈빛.
마침내 이혜준은 기재부 사무관이라는 안정된 미래를 걸고,
월가를 대상으로 싸우는 전선에 서게 된다.
◈허재 (50대)
◈금융위부위원장
EPB 시절에 경제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
한 국가의 경제는 정부의 강력한 통제 하에 조정되고 운영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은 출신 성분과 무관하지 않았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합쳐서 탄생한 공룡 부처인 재경원 시절 IMF를 겪었다. 특히 뉴욕에서 있었던 IMF 플러스 협상에 실무 팀 막내로 참여해 온갖 것들을 챙기면서, 경제력이 없는 국가, 그래서 힘이 없는 국가는 얼마나 악랄하고 혹독하게 살이 발라지고 뼈가 으스러지는지 체득한 바 있다.
허재는 대한민국 경제 구조의 골격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바닥에서부터 새로 쌓아 올리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신자유주의에 기반 한 시장주의들이 갈 길 바쁜 허재의 발목을 잡았다. 그때부터 우리나라 신자유주의의 거두인 채병학은 없어져야 할 인물이라는 생각을 마음 깊숙한 곳에 품게 되었다.
그러나 허재는 그에 대한 적대감을 감추고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때는 의외의 곳에서 왔다. 채이헌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이 국감장에서 핵폭탄을 터뜨려버린 것이다.
마침내 허재가 발톱을 드러냈을 때,
대한민국 경제는 한바탕의 회오리바람 속으로
휘감겨 들어가기 시작한다.
◈유진한 (30대)
◈바하마
어린 시절, 브루클린에서 세탁소를 하던 엄마가 세탁비로 시비가 붙었던 덩치 좋은 흑인 남성에게 두들겨 맞을 때, 유진한은 세탁물 사이에 숨어서 나오지 않았다. 이 트라우마는 유진한이 세상을 인식하는 데에 주요 구성 인자가 된다.
뮤지컬 배우가 되려는 꿈을 접고 와튼을 졸업한 이후 미국 투자은행에 입사했다. 미국 투자은행 시절 만든 파생상품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 평생 놀고먹어도 좋을 만큼 돈을 벌었다. 몸값을 부풀려 바하마로 옮긴 이후에는 부실기업을 사서 구조조정을 한 후 되팔아 엄청난 차익을 실현했다. 그 과정에서 아프리카의 한 대통령이 자살했고, 콜레라 예방 접종을 받지 못한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죽어갔으며, 해고된 멕시코 자동차 공장 노동자가 죽어갔다.
유진한이 돈이라는 목적을 성취해 나아가는 과정에, 많은 주검들이 전리품처럼 널렸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한국. 정인은행 해법 과정에서 허재의 도구로 선택되었으나, 외려 허재의 뒤통수를 치면서 엄청난 차익을 실현했고, 그 과정에서 채이헌을 비롯한 한국의 경제 관료들과 대척점에 선다. 그 전장에서 승리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면서, 자신이 월가를 살찌우기 위한 부속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이혜준이 손짓한다.
그를 가두고 있던 거친 트라우마의 감옥을 뚫고 나오라고.
엄마와 많은 부분에서 닮은 그 여자,
이혜준이.
◈꼬끼오진
◈그외
◈정인은행
강원희 (60대)정인은행장허재의 하수인으로, 은행장 연임을 위해서 해서는 안 될 일도 서슴지 않고 한다.
◈정인은행 전략기획본부장
정인은행 BIS 비율 조작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인물. 단순 투자를 위해 그 일을 감행했으나 자신이 월가의 음모에 놀아났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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